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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병·외로움…'장수시대의 그늘', 88세 남편이 86살 치매아내 살해

#. 자식들이 결혼해 떠나면서 혼자 산다. 외롭다. 돈은 없는데 자식들에게 손 벌리기도 싫다. 나이 먹으면서 온몸이 다 아프다. ‘왜 이러고 사나’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든다. 차라리 빨리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이 낫겠다 싶은 때도 많다.-김철수(83) 할아버지 #.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8.9세다. 올해 안에 80세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100세를 바라보는 장수 시대. 하지만 재정, 건강 등 노후 준비없이는 우울한 게 현실이다. -이순자(86) 할머니 21일 실비치에 있는 양로원에서 88살 남편이 치매에 걸린 86살 아내를 총격 살해했다. 실비치 경찰국은 이날 정오쯤 카운티 빌라 헬스케어 센터에서 클라라 레어드가 머리에 총격 한발을 맞고 숨진 채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살인 용의자로 남편인 로이 찰스 레어드가 체포됐다. 이들 부부는 70년 가까이 살았다. 딸은 “아버지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위한 안락사 시킨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6월 80대 한인이 대낮 길거리에서 권총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평소 지병 때문에 병원에 다녔는데 병세가 악화되면서 말수가 줄고 외출도 거의 하지 않았다는 게 지인의 전언이다. 이들 케이스는 나이, 건강을 비관해 살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아 죽음을 부른 것이다. 자살같은 심각한 경우는 드물지만 우울증, 학대, 빈곤율 등 노인 문제는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홀로 사는 60대 최모씨는 “나는 아직 젊고 일할 수 있다. 하지만 일거리는 없고 돈도 없고 친구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당장 생활비가 부담스러운데 걱정할까봐 자식에게 말도 못하고 있다. 우울해하며 갈 날을 대비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인가정상담소의 김경희 카운셀러 매니저는 “나이 들수록 소홀해지는 가족에 대한 서운함, 건강 문제로 상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정신적, 육체적 노쇠 현상으로 판단 등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족, 친지들의 관심과 배려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소림 디렉터도 “노인층에 대한 관심이나 기반 시설이 타인종에 비해 한인 커뮤니티는 약하다”며 “한인 노인 우울증이나 자살은 증가하는데 막상 대책은 막연하다. 특히 자녀들에게 문제가 생길까 숨기는 등 문화적 이유로 상담이나 치료를 꺼리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재희 기자 jaeheelee@koreadaily.com

2010-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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